1년 동안 베란다 자급자족을 해보며 느낀 변화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 두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에는 단지 상추 몇 포기, 바질 한 화분을 키워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베란다는 점점 ‘작은 농장’이 되었고, 그 안에서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식물이 자라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베란다 자급자족을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 그리고 공간이 달라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식물이 자라는 만큼 마음의 여유도 함께 자라났고, 작은 수확이 주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크고 따뜻했다.

 

1.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베란다 자급자족의 첫걸음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이었다.
아파트 한쪽 베란다에 작은 상자 텃밭을 만들고, 흙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에는 물 주는 타이밍도 몰라서 몇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새싹이 다시 올라오는 걸 보며 식물의 생명력과 나의 끈기를 함께 배우게 되었다.

 

2. 변화는 공간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베란다는 더 이상 세탁물을 널어두는 공간이 아니었다.
햇빛이 닿는 방향에 따라 식물의 자리와 높이를 조정하고, 작은 선반과 화분을 배치하면서 자연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시간이 베란다가 되었고, 식물 사이를 오가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하루의 휴식이 되었다.

 

3. 생활의 리듬이 바뀌었다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생활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아침에는 물을 주고, 저녁에는 잎의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식물의 성장을 기록하며 날씨의 변화에도 민감해졌고, 비 오는 날의 흙 냄새,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오후의 공기까지 세밀하게 느끼게 되었다.
자연의 리듬이 하루의 리듬이 되었고, 불필요한 소비는 점점 줄어들었다.

 

4. 직접 수확한 식탁의 행복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베란다에서 수확한 상추, 바질, 루꼴라로 식탁을 꾸밀 수 있었다.
손으로 키운 채소는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정성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가게에서 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이 있었고, 그 신선함이 가족의 대화를 늘려주고, 식사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5. 마음의 변화가 가장 컸다

베란다 자급자족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식물의 생장을 지켜보면서 인내를 배웠고, 작은 실패에도 다시 싹이 트는 모습을 보며 회복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급자족’이 단지 먹거리를 해결하는 행위가 아니라,삶을 가꾸는 태도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연을 향한 마음이 생기자, 불필요한 소비나 낭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6. 1년의 끝에서 남은 것

계절이 한 바퀴 돌고, 베란다의 식물도 다시 새순을 틔웠다.
이제는 흙을 만지는 일이 낯설지 않고, 식물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몸으로 알게 되었다.
베란다 자급자족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작은 공간이라도 꾸준히 돌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마무리

1년 동안의 베란다 자급자족은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여정이었다.
식물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의 성장 기록이었다.
자연은 거창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창문 하나, 흙 한 줌, 그리고 매일의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그 작은 시작이 삶의 균형을 바꾸고, 공간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