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를 두세 잔 마시는 나에게, 텀블러는 단순한 ‘환경 아이템’이 아니라 생활의 불편함 그 자체였다.
매번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롭고, 세척도 귀찮았다.
하지만 어느 날, 쓰레기통에 쌓인 일회용 컵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컵들 중 하나는 내가 버린 거겠지.”
그날부터 나는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오직 텀블러만 사용하기.’
이 단순한 실험이 내 일상과 생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그때는 몰랐다.
1. 첫날 – 익숙한 불편함
텀블러를 들고 출근하니 손이 하나 줄어든 느낌이었다.
커피를 받으려 카페에 들어서자 직원이 묻는다.
“텀블러 할인 되세요.”
생각지도 못한 300원의 할인을 받았다.
그 순간, ‘불편함 속에도 보상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2. 둘째 날 – 세척의 벽
문제는 오후였다.
아침에 마신 커피 자국이 남은 텀블러를 점심 이후 다시 쓰려니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회사 화장실 세면대에서 몰래 닦았다.
약간의 수고가 필요했지만,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불편함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3. 셋째 날 – 텀블러의 존재감
점심 회의 중,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며 동료가 “그거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었다.
그때 느꼈다.
텀블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걸.
4. 넷째 날 – 무게보다 가벼운 마음
텀블러는 분명 무겁다.
하지만 하루에 버려지는 컵 하나, 뚜껑 하나를 줄였다는 생각이 그 무게보다 마음을 더 가볍게 했다.
환경을 지킨다는 뿌듯함이 불편함을 덮었다.
5. 다섯째 날 – 카페의 반응 변화
단골 카페에서는 이제 내 텀블러를 보면 “오늘도 그 컵으로요?”라고 먼저 묻는다.
사소한 질문이지만, 그 순간 나는 ‘환경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걸 느꼈다.
그게 은근히 자부심이 됐다.
6. 여섯째 날 – 예상치 못한 장점
텀블러는 보온이 잘 돼서 커피 맛이 오래 유지됐다.
길게 미팅이 이어져도 식지 않은 커피를 마실 수 있었고, 더 이상 종이컵을 버릴 일도 없었다.
편리함보다 만족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7. 마지막 날 – 텀블러를 씻으며
퇴근 후, 텀블러를 씻으며 문득 생각했다.
이 일주일 동안 나는 단 한 개의 일회용컵도 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손이 조금 불편해도, 마음은 훨씬 편안했다.
마무리
텀블러 실험은 단순한 환경 도전이 아니라,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일주일’**이었다.
매일 사용하던 일회용품이 얼마나 쉽게 버려지고, 그게 얼마나 큰 쓰레기가 되는지 체감했다.
지금은 텀블러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완벽하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진 못해도, 이 작은 습관 하나가 내 하루를 더 의식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환경을 위한 첫걸음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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