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서 시작한 작은 실험
환경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웠다. 그러던 중 SNS에서 ‘제로웨이스트 욕실’이라는 글을 보고 용기를 냈다. 매일 사용하는 샴푸, 비누, 칫솔 같은 물건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기존의 액체 샴푸와 플라스틱 칫솔을 버리고, 고체샴푸와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불편한 점도 많고,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이 글에서는 한 달간의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적 효과와 현실적인 불편함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고체샴푸 첫 경험 – 낯선 사용감 속에서 느낀 변화
처음 고체샴푸를 손에 쥐었을 때, 솔직히 “이걸로 머리를 어떻게 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액체 샴푸처럼 펌프를 누르지 못하니 사용법이 낯설었다. 물에 적신 후 손에 문질러 거품을 내야 했는데, 익숙해지는 데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니 오히려 필요한 양만 쓰게 되는 장점을 발견했다. 불필요하게 많은 샴푸를 쓰지 않으니 두피가 훨씬 덜 자극받았다. 또, 포장이 단순한 종이 재질이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다만 고체 형태 특유의 불편함, 즉 습기에 쉽게 녹는 문제는 있었다. 샤워 후 물기가 남아 있는 비누 받침에 두면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그래서 통풍이 잘 되는 보관함을 따로 두어야 했다. 불편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내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으로 이어졌다.
2. 고체비누의 장점 – 단순함이 주는 깔끔한 만족감
고체비누는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다. 액체형 바디워시보다 훨씬 단순하고, 거품이 풍성하게 나서 세정력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용기 없이 종이 포장 하나만 남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욕실 선반이 한결 정리되어 보이고, 잔여물이 덜 남아 미니멀한 욕실 분위기가 완성됐다. 다만 가족 구성원이 많으면 비누가 빨리 닳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쓰면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 가족 수에 맞게 개별 비누를 두는 편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고체비누 특유의 은은한 향이 좋아서, 샤워 후 남는 잔향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힐링이 되었다.
3. 대나무 칫솔 사용 후기 – 자연의 감촉과 현실적 불편함
두 번째로 바꾼 제품은 대나무 칫솔이었다. 손잡이를 잡자마자 느껴지는 나무의 질감이 신선했다. 처음엔 나무가 입안에 닿는 느낌이 어색했지만, 며칠 쓰니 부드럽게 익숙해졌다. 손에 닿는 감촉이 따뜻해서 플라스틱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장시간 사용하면 손잡이 끝부분이 살짝 거칠어지기도 했고, 물에 오래 두면 색이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소재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사용 후엔 물기를 잘 닦아 통풍이 되는 곳에 세워두는 관리 습관이 필요했다. 환경적으로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칫솔 대신 퇴비화 가능한 대나무 손잡이를 사용하니, ‘내가 지구에 덜 미안한 선택을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겼다.
4. 불편함보다 남는 보람 – 지속 가능한 욕실 습관
고체 제품과 대나무 칫솔을 사용한 지 한 달이 지나자, 불편함보다 보람이 더 크게 남았다. 처음에는 관리가 귀찮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다. 욕실 쓰레기통을 열어보면 예전보다 훨씬 비워져 있고, 플라스틱 용기가 거의 없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진짜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물론 완벽한 친환경 생활은 아니다. 고체샴푸를 건조시키는 일은 여전히 번거롭고, 대나무 칫솔도 100% 편하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욕실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부터 바꾸면서, 나는 소비 습관과 삶의 우선순위까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결국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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