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장을 볼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비닐봉지를 받아왔다.
포장된 과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반찬, 일회용 트레이 위의 고기. 무심코 카트에 담던 그 물건들이 사실 ‘쓰레기 예고편’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번 주엔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
편리함 대신 의식적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과연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도 식탁을 채울 수 있을까?
이 도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그만큼 배움이 많았다.
1. 첫날 – 마트에서 좌절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형마트였다.
하지만 매대 위의 거의 모든 제품이 비닐에 싸여 있었다.
당근, 양파, 심지어 고추까지도 플라스틱 트레이에 포장되어 있었다.
‘포장을 벗겨서 달라고 하면 안 될까?’ 고민했지만 직원에게 미안해져 결국 장바구니만 들고 나왔다.
첫날의 결론은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는 마트에선 불가능하다.”
2. 둘째 날 –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다
그래서 동네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흔쾌히 천주머니와 유리병을 받아줬다.
콩나물, 두부, 달걀을 직접 그릇에 담아주며 “이렇게 사는 거 보기 좋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뿌듯했다.
마트보다 더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졌다.
3. 셋째 날 – 장바구니의 진화
플라스틱 봉투 대신 천 가방 두 개, 유리병 세 개, 소형 통 하나를 챙겼다.
이날의 장보기는 느리지만 효율적이었다.
계량컵으로 쌀을 덜고, 유리병에 담는 순간 ‘내가 직접 선택한 소비’라는 느낌이 들었다.
편리함 대신 책임감이 따라왔다.
4. 넷째 날 – 불편함의 기록
장을 보며 불편한 순간이 많았다.
고기 코너에서 비닐 트레이 대신 내 용기에 담아달라고 부탁하니 직원이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받아줬다.
그 작은 협조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바꾸었다.
5. 다섯째 날 – 예상치 못한 절약 효과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상품은 대부분 ‘소량 구매’가 가능했다.
필요한 만큼만 사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었다.
한 주의 식비가 오히려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가 생겼다.
환경을 위해 시작한 일이 지갑에도 도움이 되다니, 이건 일석이조였다.
6. 여섯째 날 – 가족의 반응
집으로 돌아온 뒤 부모님께 “이제부터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만 할래요.”라고 말하니 “그게 가능하긴 하니?” 하며 웃으셨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채소들이 더 신선하다는 걸 보고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게 낫다”는 말이 나왔다.
가족의 반응은 예상 밖의 응원이었다.
7. 마지막 날 – 장바구니를 보며
일주일 동안의 기록을 정리하며 장바구니를 들여다봤다.
비닐 대신 천, 플라스틱 대신 유리.
무겁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 안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 담겨 있었다.
마무리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는 단순한 소비의 변화가 아니라 ‘생활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조금 더 천천히 사고, 조금 더 불편하게 들고 다녔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자율성과 책임감은 그 어떤 편리함보다 값졌다.
이제는 장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물건은 정말 필요한가?”
그 질문 하나가 나를 더 의식적인 소비자로 만들어주었다.
환경을 지키는 건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건 바로 내 장바구니 속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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